산업현장의 화재안전 대책이 특정 불연재 사용 의무화로 단순화될 경우 실제 화재 위험을 충분히 줄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시장 편중과 제도 형평성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같은 지적은 지난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권영진 의원을 비롯한 김주영 의원, 김형동 의원, 복기와 의원이 주최해 열린 ‘화재에 안전한 산업현장 구축을 위한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물류창고와 공장, 배터리 관련 시설 등 산업현장에서 반복되는 대형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건축자재 성능검증, 품질관리, 구조안전, 환경·에너지 비용, 제도 개선 방향이 논의됐다.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KCL 권인구 실화재센터장은 산업현장 화재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단품 성능 평가를 넘어 실제 건축물 조건을 반영한 시스템 단위 성능 검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센터장은 산업시설 화재가 단순히 특정 자재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건축자재 성능, 시공 품질, 접합부, 사후관리, 현장 위험도가 결합된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특히, 샌드위치패널은 시공성과 경제성이 우수한 대표적 건축자재이지만 심재 종류는 물론 접합부, 시공 상태, 완제품 구조에 따라 화재 확산 위험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샌드위치패널의 화재 안전성은 심재나 단품 기준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실제 건축물 형태에 가까운 실물화재시험과 시스템 단위 평가·검증 체계로의 고도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한, 국내 제도도 선진형 실물화재시험·평가·검증 체계 구축, 품질인정 자재의 사후관리 강화, 산업시설의 용도와 위험도에 따른 맞춤형 기준 마련, 해외 인증 대응을 위한 시험·인증 인프라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한국강구조학회 이경구 부회장(단국대학교 건축학부 교수)은 화재 시 발생할 수 있는 건축물의 구조적 안전 문제를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사례를 통해 화재·재난 상황에서 지붕 패널, 중도리, 보, 기둥 등 구조부재의 연결성과 하중 조건이 건축물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산업현장 화재안전 대책은 자재의 연소성만이 아니라 화재 이후 구조체가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결 방안으로 소방용수 유입에 따른 지붕 패널 하중 증가를 반영한 구조안전성 확보, 화재 후 강재 등 구조재료의 강도·강성 저하를 고려한 설계, 지붕 패널과 구조부재 간 연결재의 안전한 설계와 시공 관리를 제시했다.
대구경북녹색연합 이재혁 이사장은 최근 건축법 개정 논의와 관련해 화재안전 기준이 특정 소재 중심으로 단순화될 경우 제도 형평성과 시장 구조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지하주차장 마감재료와 단열재의 불연재료 의무화 등 화재안전 강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불연재료 사용 여부만으로 건축자재의 안전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라스울 등 불연재료도 실제 제품에서는 바인더, 접착제, 면재, 연결부 등이 결합된 복합 시스템으로 사용되는 만큼, 심재의 불연성만으로 전체 화재안전성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NCT Solutions 허윤종 대표는 산업현장 화재를 유독가스와 화학물질 노출이 동반되는 복합 재난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허 대표는 배터리 공장, 화학 공장, 반도체 사업장, 물류창고 등 현대 산업시설 화재에서는 화염과 폭발은 물론 일산화탄소, 시안화수소, 불화수소, 폼알데하이드 등 유해가스와 화학물질 노출이 인명피해를 키울 수 있다며 향후 대응체계도 소화·대피·구조를 넘어 현장 응급 제염, 독성물질 노출 저감, 2차 오염 방지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안재홍 연구위원은 건축자재의 생산·유통·시공·감리 전 과정을 디지털 기반으로 관리하기 위한 건축자재 통합관리 플랫폼 FIMS(Fire safety material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 구축 현황을 소개했다.
안 연구위원은 기존 품질관리서 중심의 운영 방식에서 작성에 과도한 시간이 소요되고 정보 부족과 이해당사자 간 소통 오류, 전달 과정의 정보 손실 등이 발생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건축자재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인정기관을 비롯한 제조업체, 유통업체, 시공, 감리자, 허가권자가 품질인정 자재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생산부터 현장 적용까지의 이력을 추적·관리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주제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산업현장 화재안전 기준을 강화하되 실제 현장에 적용 가능한 제도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산업현장 화재안전이 특정 자재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화재 성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종합 안전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시공 품질과 유지관리, 소방시설, 현장 위험도, 구조안전, 시장 형평성, 품질관리 체계, 독성 노출 대응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
이번 토론회를 공동주최 의원들은 환영사와 축사를 통해 최근 대전 안전공업 화재, 천안 이랜드 물류창고 화재, 화성 아리셀 화재 등 반복되는 산업현장 화재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건축자재 품질관리, 인증체계, 시공·유지관리 전반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과제임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산업현장의 안전이 개별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지역사회, 국가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현장 건축물에 널리 사용되는 샌드위치패널 등 건축자재의 내화성능과 품질관리가 중요하다”며, “품질인정제도 정착과 불법·성능미달 자재 유통 방지를 위한 실질적 대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은 “산업현장의 화재는 한 번 발생하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건축자재의 품질관리와 인증체계, 시공 및 유지관리 전반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담보된 노동환경은 어떠한 논리 앞에서도 타협될 수 없는 가치”라며, “제도의 사각지대를 걷어내고 현장에 정착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은 “반복되는 산업현장 대형 화재가 ‘안전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는 경고를 던지고 있다”며, “건축물의 내화성능 확보와 부적합 자재가 발붙일 수 없는 투명한 유통구조 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내화채움구조협회를 비롯해 대한방화문협회, 대한셔터협회, 한국발포폴리에틸렌보온재공업협동조합, 한국발포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 한국외단열건축협회, 한국판넬협회, 한국폴리우레탄산업협회가 공동 주관기관으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