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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봄날의 불청객(不請客)

 LX한국국토정보공사 김병완 대전충남세종지역본부장

건설기술신문 | 기사입력 2025/04/0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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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봄날의 불청객(不請客)
 LX한국국토정보공사 김병완 대전충남세종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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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火魔)가 훑고 간 산언덕에 노란 꽃망울을 틔운 수선화가 봄을 반긴다.

 

2년 전 4월 2일, 홍성군 서부면 일대에서 시작된 작은 불씨는 강한 봄바람을 타고 사흘 동안 축구장 2,000개 면적의 산을 태우고 나서야 진화됐다.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여러 기관에서 감식과 조사를 해 왔지만, 그날의 발화 원인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봄날의 불청객인 산불은 불행하게도 올해 또 다시 우리 국토의 산림을 할퀴었다.

 

이번에는 경상도 쪽이 큰 피해를 봤다. 장기적인 경제침체로 인한 힘든 시기에 또 다른 대형악재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산불은 피해 규모가 엄청난 반면, 그 특성상 발화자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산림청에 따르면, 흡연이나 쓰레기소각 등 사람의 부주의로 인한 산불이 대다수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렇게 한순간의 실수로 일어난 일이지만 피해지역을 원상 복구하는 데는 상상 이상의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특히, 토양의 완벽한 복구까지는 무려 10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니 우리의 살아 생전에 다시는 같은 산의 절경을 볼 수 없다.

 

그렇다면 빠른 식목이 산림복구의 첫 걸음이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불에 타버린 산에 곧바로 묘목을 심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야속하게도 산불은 나무와 풀 등 식물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영양을 공급해 주는 각종 미생물과 유기물도 몽땅 없애 버린다.

 

그러므로 불에 탄 수목을 제거하고 토양 안정화를 위한 휴지기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나무 심기가 가능하다고 한다.

 

게다가 식목계획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민둥산이 된 이상 큰비로 인한 토양 침식이나 산사태 등의 이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사방공사를 먼저 진행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야생동물과 식물이 고루 서식할 수 있도록 식재 환경을 고려해야 함과 동시에 추후 산불 예방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소나무 등 침엽수로만 조성된 단일 군락은 상대적으로 화재에 취약 할 수 밖에 없으므로 여러 종류의 나무를 섞어 심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신속한 산불 진화를 위한 임도(林道)시설을 고려해야 한다. 

 

산림청은 ‘68년부터 ’22년 말까지 국내 산림 내 총 2만 4,929km의 산속 길을 조성해 왔으며 ‘27년까지 매년 500km 이상 증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대부분 단순 설치가 주목적이고, 임도의 관리주체 또한 다원화돼 있어 데이터의 상호 연계와 교환을 위한 기준이 모호하다. 

 

무엇보다도 설계도면 형태로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어 산불 발생 시 임도의 위치를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국토정보공사(LX)는 지적측량과 공간정보 전문기관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국토의 효율적인 관리와 국민의 토지재산권 보호를 위해 측량기계와 함께 땀을 흘리며 전 국토를 누비고 있다. 

 

주 업무인 지적측량 외 공간정보업무는 또 다른 공사의 주력 사업이다.

 

2차원 지적(地籍)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3차원 위치정보의 융·복합기술을 갖추고 국가와 지자체의 정책 수립을 도우며 성과를 제공하고 있다. 

 

공사는 드론을 활용한 임도 지적측량으로 출·입구와 산길 폭 정보를 구축해 진화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국가지점번호와 도로명 주소 부여 등 주소정보기반 관리체계 구축을 관계기관과 논의 중에 있다.

 

물론 산불의 사전 ’예방‘이 가장 중요하지만 신속한 진화를 위해서는 임도 정보를 구축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산림청 자료에 의하면, 산불 시 임도는 발생 초기에 인력과 차량의 빠른 접근을 가능하게 하고 특히, 헬기 투입이 불가능한 야간에는 필수적인 방화선 역할을 한다고 한다. 

 

지난해 경남 합천에서는 임도를 활용한 주·야간 지상 진화로 92%의 산불을 제거한 반면, 지리산 국립공원은 임도가 적어 애먹은 예도 있다.

 

임업 선진국인 핀란드와 캐나다에서는 임도를 소방 기본 인프라를 넘어 산악 자전거와 마라톤, 승마와 산림치유 등 다목적 레포츠와 힐링용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산림은 우리가 후세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이자 귀중한 삶의 터전이다. 아무리 꺼진 불씨라도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다시 살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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