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프라 노후화로 인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인프라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인프라에 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평가가 가능한 ‘한국형 인프라 리포트카드’가 개발되고 있어 화제다.
국내 인프라 현재 상태 수준 객관적 중립적 진단
질적·양적 확충 논리적 근거 자료 마련 활용 기대
최근 30년 이상 노후된 시설물의 비율이 17.4%를 기록하며 노후 인프라 관리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난 2020년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관리 기본법(이하 기반법)’을 시행하며 노후시설의 유지관리에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법정 인프라에 대한 등급을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인프라에 대한 물리적인 상태와 안전, 국민복지, 미래수요 등 종합적인 지표를 고려한 평가에 대한 공식적인 연구와 결과 발표는 미흡한 실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미국이나 영국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다차원적인 요소를 고려해 인프라 시설에 대한 거시적인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 The American Society of Civil Engineers(이하, ASCE)에서는 인프라 유형별 다면 평가 결과를 등급화한 리포트카드를 4년 주기로 발간하며, 인프라 투자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ASCE의 리포트카드는 3~4년 주기로 발표되고 있어 시계열적으로 인프라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캐나다, 호주, 영국, 일본 등에서도 인프라에 대한 평가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한국형 리포트카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또한, 국민 삶의 안전, 만족도 등의 측면에서 인프라가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에 대한 평가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 같은 국제적 추세와 국내 인프라의 물리적인 상태에 대한 다차원 평가의 필요성, 국민이 체감하는 인프라 서비스 만족도에 대한 연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기술연구원에서는 ‘한국형 인프라 리포트카드(가칭 K-Report Card)’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앞서 건설연에서는 인프라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연속성 있는 평가를 위해 지난 2016년 리포트카드 연구와 2021년 국민체감 인프라 서비스 수준 평가 연구 등을 수행한 바 있다.
연구내용
이 연구는 자산관리 측면에서 국내 인프라의 현재 상태와 국민들이 느끼는 인프라 수준을 객관적, 중립적으로 진단하는 한국형 인프라 리포트카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프라의 물리적인 상태에 대한 다차원 평가와 함께 국민들을 대상으로 현재 체감하고 있는 인프라의 서비스 수준 평가에 중점을 두고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물리적인 상태평가’ 부문에서는 기반법을 준용, 15개 인프라 시설의 다차원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며, 특히, 시설물별 전문가 풀 구축을 통해 데이터에 기반한 전문가 집단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현재 연구진은 ASCE 리포트카드 기반 평가항목 도출과 보완 연구를 비롯해 종합평가위원회, 시설물별 평가단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시설물 용량과 시설물 상태, 예산 적절성, 운영·유지관리, 공공 안전성, 회복력, 혁신성 등 평가항목별 평가지표 선정과 데이터 수집에도 나서고 있다.
‘인프라 체감도 지수’ 부문에서는 국내 50만 이상 시·군·구에 거주하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교통, 물, 에너지, 환경, 통신 등 생활인프라에 대한 서비스 만족도 평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국가균형발전지표 등 국내에 활용 가능한 데이터에 기반한 설문조사 설계와 기존 인프라 평가지표 설문조사지 보완, 국민 대상 설문을 위한 조사대상 설계를 마치고, 최소 1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참여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같은 연구를 통해 연구진은 인프라의 물리적인 상태와 국민들이 체감하는 인프라 서비스 수준에 대한 편차 등을 분석하고, 시설물별 유지관리의 당위성과 예산의 필요성 등을 객관적으로 제안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연구성과
총 3년 동안 진행되는 이번 과제에서 연구진은 지난해 건설연의 시드연구 형태로 시설물 평가지표를 수집하고, 올해는 평가지표 보완 및 데이터 수집과 평가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3차년도 연구에서는 15종 시설물에 대한 평가와 발간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같은 연구를 통해 인프라의 물리적인 상태에 대한 다차원 평가 결과는 ASCE의 리포트카드와 같은 성과물이 도출 예정이다.
특히, 국내 인프라 본연의 가치를 설명하기 위해 객관적, 중립적인 평가를 실시하고, 인프라의 질적·양적인 확충에 대한 논리적인 근거 자료 마련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연구진은 한국형 리포트카드가 갖고 있는 사회적 파급효과를 고려해 3차년도에는 평가주체, 발간주체 등 거버넌스에 대한 해결을 위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평가를 위한 전문가 풀을 구성하고 거버넌스 체계 구축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를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인 / 터 / 뷰
해외사례 ‘벤치마킹’ 국내 실정 맞는 평가지표 체계 구축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차용운 수석연구원은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인프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국민 안전성과 편의성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이번 연구에서는 국내 인프라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목표로 국내 인프라에 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는 체계 수립에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연구진은 미국 ASCE 리포트 카드를 비롯한 캐나다, 영국, 호주 등의 해외사례를 벤치마킹하며 국내 실정에 맞는 평가지표와 평가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차 박사는 “리포트카드는 인프라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를 기록하는 만큼 연구에서는 연속성을 고려해 건설연에서 기존에 수행한 연구 지표와 방법론 등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인프라의 물리적인 상태평가와 국민들이 체감하는 인프라의 서비스 수준 평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이를 통해 실제 인프라 상태에 따라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인프라를 찾아내고, 지역별 인프라 수준의 편차와 인프라 간의 편차 등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인프라의 물리적인 상태와 국민들이 느끼는 인프라 서비스 수준을 정량적인 수치로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미국의 리포트카드와 유사한 보고서 형태로 구성하고, 국민들 관점에서 이해하기 쉽도록 카드뉴스 형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시설물 15종 평가 추진 관산학연 전문가 구축에도 심혈
차 박사는 향후 활용 방안에 대해 “리포트카드의 근본적인 목표는 인프라의 수준을 연속성 있게 살펴봄으로써, 인프라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대표적으로 유지관리를 위한 투자 우선순위에 대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연속성 있게 평가된 리포트카드는 유지관리 예산 확보를 위한 기초자료로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관리 기본법’에 따른 관리주체의 유지관리계획 등에도 활용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끝으로 차 박사는 “현재 기반법 상 15종 시설물에 평가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객관성 확보를 위한 평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며, “또한, 중립성 확보를 위해 관·산·학·연 시설물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시설물 평가 전문가 구축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 이뤄질 실질적인 평가를 거쳐 배포를 위한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방안 마련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