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계용 연료전지의 수명 예측과 함께 내구성을 평가할 수 있는 프로토콜이 국내 최초로 마련돼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건설기계는 높은 중량과 복잡한 작업모드, 오프로드 주행 등으로 인해 일반 차량보다 훨씬 높은 에너지밀도를 갖는다. 이로 인해 적은 운행 대수에도 불구하고 승용차와 맞먹는 탄소배출을 하고 있다.
상용 연료전지 MEA 통한 ‘높은 변동부하’ 열화 특성 파악
‘열화 인자는 ECSA’ 백금 촉매가 주된 열화 메커니즘 확인
최근 주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건설기계에 대해 높은 수준의 환경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오는 2040년부터 ‘zero-emission’이 확보된 건설기계만 작업이 가능하도록 제한할 계획을 세우고 있고, 프랑스는 2040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아예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규제에 따라 주요 건설기계 메이커들도 친환경 동력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술들을 선보이고 있다.
실제로 볼보를 비롯한 캐터필러, 고마츠 등은 현재 전동식이나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건설기계를 개발, 시판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현대건설기계가 수소연료전지 굴착기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수소연료전지는 내연기관의 대체 동력으로 평가받는 대표적인 친환경동력원으로, 건설기계에서도 높은 에너지 밀도에 대응하기 위해 연료전지가 적극 검토되고 있다.
연료전지스택은 MEA(막-전극 접합체)와 GDL(가스확산층), 분리판 등으로 구성되고,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반응이 일어나는 MEA가 핵심 부품이다.
일반적으로 모빌리티용으로 사용되는 연료전지의 경우 건물용과는 달리 운전조건에 따라 동적 부하가 연료전지에 인가되면서 MEA의 열화를 가속화시킨다.
즉, 변동하는 부하는 연료전지 내부의 포텐셜을 비롯한 반응물 농도와 온·습도의 국부적이고 급격한 변화를 촉진시킨다.
이는 MEA를 구성하는 백금 촉매의 산화, Ostwald ripening을 통한 백금 촉매의 크기 증가로 이어지고, 이에 따른 전기화학 유효표면적(ECSA) 감소, 이온 교환막 손상 등을 유발한다.
따라서 모빌리티용으로 연료전지를 사용할 경우 배터리와의 적절한 하이브리드 전략과 연료전지 MEA의 내구성 개선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건설기계의 경우 오프로드 주행과 유압장치에 의한 복잡한 운전모드 등으로 인해 동력원의 부하변동이 일반 자동차보다 훨씬 심하다.
따라서 연료전지를 건설기계에 적용할 경우 연료전지의 열화와 수명에 대한 연구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연료전지의 열화와 수명 예측을 위해서는 내구시험이나 가속열화시험이 진행된다. 그동안 자동차를 기반으로 한 내구시험과 가속열화시험 프로토콜에 대한 연구는 전세계적으로 많이 진행됐다.
미국의 경우 에너지국에서 개발한 연료전지 내구시험 표준 프로토콜이 발표됐고, 유럽에서도 NEDC(New European Driving Cycle)로 불리는 프로토콜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같은 프로토콜들은 자동차에 국한된 프로토콜로, 굴착기나 로더와 같은 오프로드용 건설기계 관련 프로토콜은 현재 전무한 상태다.
이에 이 연구는 건설기계용 수소연료전지 내구시험을 위한 프로토콜 개발과 함께 상용 연료전지 MEA를 통한 건설기계의 높은 변동부하에서의 열화특성 파악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 2000시간 내구시험에 대한 분극곡선, 임피던스분석, 전기화학유효면적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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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내용
연구진은 두산 밥캣사의 스키드로더 T76 트랙타입의 실차를 이용, 실제 건설기계의 토공작업에 대한 동력부하를 도출했다.
작업동작은 로더용 표준 작업, 전·후진 주행, 지면 고르기, 토사 쌓기 등 4개의 작업으로 구성했다.
이후 4개의 작업에 대한 엔진출력 데이터를 바탕으로 동력원을 수소연료전지로 교체했을 경우 연료전지에 인가되는 부하를 산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연료전지 내구시험 프로토콜을 개발했다.
특히, 상용 연료전지 MEA를 이용, 단전지를 제작하고, 2,000시간의 내구시험을 진행했다.
내구시험 동안 200시간 간격으로 전기화학분석을 수행한 결과, 연료전지의 출력 전압이 내구시험 시간에 따라 일정하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측정결과를 표준 Randle cell model을 통해 모델링하고, Ohmic resistance, Charge transport resistance, Mass transport resistance를 도출했다.
그 결과, 열화 시간에 따라 낮은 인가 전류에서는 charge transport resistance 증가가 두드러지고, 높은 인가전류에서는 mass transport resistance의 증가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순환전압전류측정(CV)을 통해 ECSA를 도출한 결과, 초기 값 대비 80% 감소한 것을 확인하고, 전자현미경 분석을 통해 백금 촉매의 migration, agglomeration을 확인했다.
즉, 백금 나노입자와 탄소지지체로 구성된 다공성 전극이 높은 퍼텐셜 변동에 의한 백금촉매의 열화로 다공성 morphology가 붕괴됐고, 백금촉매 비표면적 감소로 전기화학 kinetics의 저하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같은 관찰결과를 바탕으로 분극곡선을 모델링하고, 모델링 결과와 실험결과가 잘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결론적으로 건설기계용 연료전지의 주된 열화 인자는 ECSA, 즉, 백금 촉매의 열화가 주된 열화 메커니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 / 터 / 뷰
정확한 운전 부하 파악
실차 기반 운전시험 추진
건설기계부품연구원 황준필 선임연구원은 “이 연구는 연료전지의 수명 예측과 내구성 평가 연구로, 그동안 연료전지를 건설기계에 동력원으로 적용할 경우 주된 열화 메커니즘을 성공적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건설기계 실차에 대한 작업부하를 도출하고, 이를 통해 연료전지 수명을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 프로토콜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건설기계의 작업 및 동작 부하가 자동차의 운전 부하와 크게 차이나는 점을 감안해 건설기계의 정확한 운전 부하 파악을 위해 실차 기반의 운전시험을 추진했다.
황 박사는 “두산 밥캣사의 스키드로더 T76 트랙타입을 사용해 다양한 운전동작에 대해 엔진이 받는 부하를 도출했다”며, “이 값을 이용해 동력원을 수소연료전지로 전환할 경우 연료전지스택이 받는 부하를 계산했고, 최종적으로 건설기계용 수소연료전지 내구시험 프로토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진은 아직 국제적으로도 발표된 논문이 없는 개발한 건설기계용 수소연료전지 내구시험 프로토콜을 논문으로 발표했다. 현재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
“핵심부품 MEA서 촉매층 내구성 개선 필수”
연료전지 내구시험 프로토콜은 향후 다양한 기관과 산업계에서 건설기계용 연료전지 MEA나 스택 개발 시 내구성 테스트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 박사는 “상용 연료전지 MEA를 이용해 내구시험을 수행한 결과, 촉매층의 빠른 열화가 관찰된 만큼 향후 수소연료전지 건설기계 상용화를 위해 연료전지의 핵심부품인 MEA에서 촉매층에 대한 내구성 개선이 필수적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국내 연료전지 MEA 개발 업체들과 이번 성과들을 공유하는 한편, 이번 성과를 기반으로 건설기계의 고부하 변동 대응형 MEA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