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나 화재, 폭발 등으로 플랜트 시설물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플랜트 시설물의 안전성을 정량적으로 평가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플랜트 통합위험관리 패키지 기술’이 선보여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재난 확률론 이용 ‘위험도 측정’ ··· 실시간 재해 대응 ‘큰 효과’
플랜트 화재 방호벽 설계 지침 등 위험성 평가 절차 개발 성공
플랜트 시설물은 재해 발생 시 막대한 인명, 재산 피해를 일으키는 고위험 시설물로, 재해 발생 시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와 유해물질 누출 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관행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설계를 적용할 경우 향후 플랜트 시설물의 안전 운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화재 부문에서는 건축물용 표준화재모델을 통해 사양 기반의 내화설계가 이뤄지고 있지만, 플랜트 시설물의 경우 화재가 일반 건축물 대비 빠르게 화재가 발현되는 특징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폭발의 경우에도 평가가 정성적 위험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내폭설계가 미비한 실정이다.
특히, 플랜트 시설물의 사회적 기능의 연속성 확보를 위한 2차 피해 방지와 생산 차질에 따른 천문학적 사업 손실 방지 등 큰 지진 발생 시 운영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설계개념 전환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편, 현재 플랜트 시설물의 안전기준은 각 부처별로 혼재돼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에서 플랜트 설비를 정의하고 있는 ‘기계설비법’에서는 별도의 안전기준을 정해 운영토록 하고 있지만, 기계설비법 하위 기준인 ‘기계설비 기술기준’에서는 플랜트설비의 경우 선언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지원 아래 지난 2021년부터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을 주관연구기관으로 플랜트 시설물에서 발생하는 재난에 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연구인 ‘시설물 안전 기반 플랜트 통합위험관리 패키지 기술 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1년 6월부터 시행 중인 기계설비법에서 요구하는 플랜트설비안전기준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내용
이번 ‘시설물 안전 기반 플랜트 통합위험관리 패키지 기술 개발’ 연구과제는 총 2단계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1단계에서는 안전핵심기술 개발과 제도 선진화 기초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됐고, 현재 진행 중인 2단계 연구에서는 기술실증과 제도선진화를 목표로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과제를 구성하고 있는 총 5개의 구성기술별을 살펴보면, ‘화재 위험도 기반 플랜트 안전관리 기술’과 ‘폭발 위험도 기반 플랜트 안전관리 기술’, ‘플랜트 시설물 특화 내진 안전 관리 기술’ 분야에서는 각각 플랜트 화재, 폭발에 대한 위험도 평가기술과 지진 취약도 평가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화재, 폭발, 지진 관련 설계·시공, 운영·유지관리 단계의 안전기술 개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플랜트 시설물 전주기 통합위험관리 시스템’ 분야에서는 구획·공간 관점의 시설물 안전 기반 플랜트 전주기 통합위험관리 기술 개발과 실증을 중심으로 통합위험관리를 위한 플랜트 시설물 재해 취약도 평가법과 플랜트 중대 재난 시나리오 및 발생빈도 예측법 개발에 나서고 있다.
‘플랜트 시설물 안전성능 검·인증 기반 및 제도 선진화 연구’ 분야에서는 플랜트 안전성 시험·평가·인증 체계 마련 연구와 함께 플랜트 안전 관련 제도 선진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성과
이번 연구에서는 플랜트 시설물의 지진, 화재, 폭발, 유독물질 확산 등 대표적인 재해 발생 시 안전성 평가를 위해 개발한 ‘시설물 안전 기반 플랜트 통합위험관리시스템’이 눈에 띈다.
이 시스템은 화재, 폭발, 지진이라는 세 가지 재난에 대해 확률론을 이용해 위험도를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사전 대비는 물론 지진 발생 시 신속한 대응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 시스템은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확률론적 알고리즘인 베이지안 네트워크와 AI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지진을 포함한 화재, 폭발 재해에 대해 플랜트 공정을 면밀히 검토한 후 구조물과 설비 간 상관관계를 기반으로 위험도 평가도 가능해 기존 기술과 차별화가 뚜렷하다.
특히, 다양한 사고 발생 시나리오를 가정할 수 있고, 이에 따른 각 설비들의 위험도를 평가, 수치화하고 시각화할 수 있어 실시간 재해 대응은 물론 보수·보강 수립과 같은 의사결정 지원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스플랜트 시설에서 지진 발생으로 인해 플랜트 운영이 정지될 경우 각 하위시스템인 하역, 저장, 기화, 공급, 변전소, 파이프라인 등에 대한 수치화된 위험도를 즉각적으로 산정, 복구를 위한 신속하고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
이외에도 플랜트 내부는 물론 외부로의 확산 위험도 평가도 가능하다. 사고 발생 지점을 중심으로 화학물질 종류부터 누출량, 대기조건 등의 변수를 고려해 위험도 수준을 구분하고, 도출된 위험도는 지도상에서 영역을 구분,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 지역의 특성을 반영할 경우 인명 피해에 대한 예상 통계자료를 제시할 수 있다.
한편, 연구팀은 ‘플랜트 시설물 안전 기술 제도화 기반 구축’ 분야에서도 플랜트 폭발 실험 방법과 절차를 비롯해 플랜트 시설물 대상 가연성 가스·증기의 폭발위험장소 구분 평가 시스템, 플랜트 화재 시 방호벽 설계 지침과 위험성 평가 절차 등도 개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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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론 AI ‘활용’ 기존 기술과 차별성 ‘뚜렷’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조정래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는 플랜트 시설물을 대상으로 화재와 폭발, 지진 재난에 대한 위험도 기반의 안전관리 기술 개발과 ‘기계설비 기술기준’에서 요구하는 플랜트설비 안전기준 제정에 필요한 기술적 기반 마련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연구”라고 밝혔다.
현재 연구팀은 안전관리 기술 개발 분야에서 화재와 폭발, 지진과 관련된 안전기술 개발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조 박사는 “화재 부문에서는 플랜트에서 화재 발생 시 일반 건축물 대비 빠르게 화재가 발현되는 화재 특성을 반영한 화재위험도 평가기술을 비롯해 방호벽과 방호구획 설계기술, 화재손상도 평가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폭발 부문에서는 정량적인 폭발 위험도 평가기술과 성능 기반의 내폭설계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지진 부문에서는 제품을 생성하는 공정으로 구성된 플랜트 특성과 운영 지속성이라는 개념을 적용한 플랜트 내진설계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연구팀은 기존 기술과 뚜렷한 차별성을 갖는 플랜트 통합위험관리 시스템을 선보였다.
보수·보강 우선순위 등 신속 대응 의사결정에 사용 기대감
조 박사는 “플랜트 통합위험관리 시스템은 화재, 폭발, 지진, 누출 재난 시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이 시스템은 확률론과 AI를 활용해 재난 전 보수·보강에 대한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재난 시 신속 대응 의사결정 등에 사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같은 기술 개발과 함께 현재 플랜트 시설물의 안전 담보를 위해 여러 제도를 고도화하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며, “이 연구에는 화재, 폭발, 지진에 대한 성능시험 방법을 제시하고, 개선된 플랜트설비 안전기준안을 제안하는 연구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 조 박사는 “연구를 통해 선보인 대부분의 기술은 해석 또는 설계 지침 형태로, 이 같은 성과들은 향후 제도화 부분에서 최종적으로 제시하는 플랜트설비 안전기준안의 별첨 자료로 제시될 예정”이라며, “특히, 플랜트 시설물의 안전 관련 법제화 시 기초자료로 사용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플랜트 통합위험관리 시스템의 경우 남은 연구 기간 동안 실증을 통해 개선 연구를 진행한 후 기술 이전 또는 산업단지가 밀집돼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보급 타당성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조 박사는 “남아 있는 약 2년의 연구기간 동안 계획된 성과가 도출되도록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라며, “플랜트 시설물 등에 대한 재난 대응 기술은 아직 타 시설물 대비 미비한 측면이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플랜트 재난에 대한 관심을 갖고 관련 연구를 추진하는 한편, 개발된 기술의 보급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