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서대문구 지하 공동구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를 계기로 공동구와 같은 지하공간에 대한 안전 관리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영상 센서 기반의 인공지능을 활용해 지하 시설물의 콘크리트 표면에 생긴 균열을 감지, 분석할 수 있는 로봇이 선보여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자율형 이동체’ ‘탑재형 로보틱스’ ‘융합형 센서’ 기술 핵심
영상 센서 기반 인공지능 활용 정확한 균열 감지 분석 등
3차원 균열 측정 기술 통해 정확한 구조물 상태 진단 가능
터널 내부 주행 경로상 ‘장애물 인식’ 극복 기술도 개발
도심 생활에 필수적인 전선로, 수도관, 통신선로 등과 같은 지하 매설물을 공통으로 수용하는 공동구는 도심 지하에 복잡하게 매설된 지하 시설물을 간단하게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현재 12개 지자체 30개 지역에 공동구가 설치돼 전기, 수도, 통신 등에 대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동구와 같은 지하공간은 시민의 쾌적한 도시 활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사고 발생 시 접근에 제약이 따르고, 구조가 폐쇄적이기 때문에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특히, 지난 2000년 여의도 공동구 화재와 2018년 KT 아현지사 건물 지하 통신구 화재로 인해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와 시민들의 불안감과 불편함이 초래되면서 지하공간의 안전 점검과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 같은 안전 점검과 관리를 위해서는 구조물의 면밀한 상태 변화 점검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특히, 터널의 경우 콘크리트 표면에 발생한 균열을 우선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는 균열의 크기에 따라 시설물의 상태가 평가되고 이를 바탕으로 보수의 우선순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콘크리트 표면에 발생하는 균열의 정확한 위치 파악과 균열의 폭 측정은 안전한 시설물 관리의 첫 걸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성원 박사팀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공동구 내부 구조물의 표면 손상을 영상으로 탐지·측정할 수 있는 ‘자동화 점검 로봇 기술’을 선보였다.
이 기술은 국토교통부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국토교통기술촉진연구사업 일환으로 진행된 ‘자율형 무인 이동식 로봇암을 이용한 딥러닝 기반의 소단면 공동구 내부 구조물 표면 결함 탐지 자동화 장비 핵심 기술 개발’ 연구를 통해 개발됐다.
연구내용
이 연구는 자율형 이동체 기술을 비롯한 탑재형 로보틱스 기술, 융합형 센서 기술 등 3가지 핵심기술과 이 기술들을 융합한 자동화 점검 로봇 개발 연구다.
핵심기술 개발을 위해 ‘자율형 이동체 기술’ 부문에서는 주행 환경 인식 기반의 자율형 무인 이동체 기술 개발을 목표로, 자율형 무인 주행을 위한 3차원 환경 인식과 실내 매핑 기술, 공동구 내부 유지보수를 위한 로보틱스 기반의 무인 이동 플랫폼 기술 개발 연구를 진행했다.
‘탑재형 로보틱스 기술’ 부문에서는 무인 이동체 탑재형 검사용 다자유도 매니퓰레이터 개발을 위해 운영 시나리오별 시스템 설계와 다자유도 매니퓰레이터 구성품 제작, 공동구 내부 접근성 향상을 위한 다자유도 제어 기술 개발과 시제품 제작이 이뤄졌다.
‘융합형 센서 기술’ 부문에서는 스테레오 비전 기반의 3차원 융합형 결함 검사 센서로 고해상도 영상으로부터 3차원 포인트 클라우드를 생성하는 기법을 활용한 인공지능 기반의 융합형 센서 등을 개발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차년도에 주관연구기관인 건설기술연구원에서는 자율형 무인 주행을 위한 3차원 환경 인식과 실내 매핑 기술, 고해상도 영상과 3차원 포인트 클라우드를 융합한 핵심 센서 기술 개발에 나섰다.
구동환경과 선행 기술조사를 시작으로, 무인 이동체 위치 인식 기술, 주행 환경인식과 제어 플랫폼 기술, 공동구 내부 3차원 맵 생성 기술 개발 연구를 진행했다.
또한, 표면 결함 정의와 선행 기술조사, 센서 사양 선정과 개발 환경 구축, 다중 영상 기반 표면 결함 탐지 기술, 3차원 센서 기반 표면 결함 탐지 기술 개발 연구도 병행했다.
생산기술연구원에서는 운영 시나리오별 시스템 설계와 다자유도 매니플레이터 구성품 제작을 목표로, 구동환경과 선행 기술조사, 운용 시나리오에 따른 시스템 설계, 다자유도 매니플레이터 구성품 제작 연구를 수행했다.
2차년도 연구는 공동구 내부의 유지보수를 위한 로보틱스 기반의 무인 이동 플랫폼 기술과 스테레오 비전 센서 기법을 활용한 인공지능 기반의 융합형 센서 기술 개발을 목표로 진행됐다.
건설기술연구원에서는 3차원 센서 기반 자율 주행 기술과 자율 주행 기반 장애물 극복 기술 등을 개발하고, 구성 기술 간 연동·통합 테스트를 수행했다.
또한, 표면 결함 탐지용 인공지능 모델 개발 연구를 비롯해 On-Board 타입의 센서 장치 개발, 융합형 3차원 센서 시제품과 구성 기술 간 연동·통합 테스트가 이뤄졌다.
생산기술연구원에서는 공동구 내부 접근성 향상을 위한 다자유도 제어 기술개발과 시제품 제작을 목표로, 다자유도 매니플레이터 시제품을 제작하고, 운용 시나리오에 따른 구동 경로 생성, 제어 알고리즘 개발, 다자유도 미니플레이터 성능평가, 구성 기술 간 연동·통합 등의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성과
이 같은 연구를 통해 선보인 자동 점검 로봇은 기존의 균열자와 균열 현미경으로 시설물을 점검하는 기술과는 달리 콘크리트 표면에 생긴 균열을 영상 센서 기반의 인공지능을 활용, 보다 정확한 균열 감지와 분석이 가능하다.
특히, 새롭게 개발된 인공지능 기술은 적은 수의 영상 데이터만으로도 명확한 균열 탐지가 가능한 특징을 갖고 있다.
또한, 두 대의 카메라로 동시에 촬영하는 스테레오 비전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한 3차원 균열 측정 기술을 통해 구조물의 정확한 상태 진단도 가능하다.
연구팀은 자율 주행이 가능한 소형 이동체를 활용, 점검 기술에 이동성을 더했다. 이 같은 이동 점검 기술은 터널 입구를 기준으로 균열 지점에 대한 정확한 위치 파악이 가능해 보다 정확한 균열 진행 상태 관리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터널 내부의 주행 경로상에 존재하는 장애물을 인식하고, 극복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 주행 성능까지 향상시켰다.
인 / 터 / 뷰
탑재 ‘로봇 팔’ 자유자재로 손상 영역 탐지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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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승보 연구원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심승보 전임연구원은 “군사보안시설로 분류된 공동구 터널은 전기, 수도, 통신 등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주요 매설물들이 혈관처럼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며, “따라서 화재나 붕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도심의 주요 기능이 마비될 수 있어 철저한 유지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공동구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핵심 방안으로 공동구 내 콘크리트 표면에서 발생된 손상을 자동으로 탐지하고 측정할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공지능 로봇 기술에는 공동구 상태 점검 자동화를 위한 3가지 핵심 기술이 담겨 있다.
심 연구원은 “3가지 핵심기술은 공동구 내부를 자율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무인 이동체 기술, 복잡한 수용시설을 회피하며 관찰할 수 있는 로봇 팔 기술, 콘크리트 구조물의 손상을 점검할 수 있는 인공지능 센서 기술 등”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연구를 통해 3가지 핵심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고, 이 기술들을 융합한 로봇을 개발했다”며, “이 로봇은 터널 내부를 자율적으로 주행하는 것은 물론 탑재된 로봇 팔이 자유자재로 손상 영역을 탐지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선 통신으로 제어·관리 시스템 갖춰 조만간 상용화 기대
또한, 연구팀은 이 로봇을 무선 통신으로 제어·관리할 수 있는 원격 시스템도 구축하고, 실제 콘크리트 터널에 로봇 기술과 원격 시스템을 적용해 현장 테스트를 완료했으며, 상용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심 연구원은 “이번 자동화 점검 기술은 유지관리 인력을 대체할 수 있어 유지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영상을 이용해 터널 내 손상 상태를 탐지하고, 그 크기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어 기존 육안 점검에 의한 상태 점검 결과의 객관성 확보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기존의 아날로그 점검 방식에서 디지털 점검 방식으로의 유지관리 체계 전환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심 연구원은 이번 기술 개발 당시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술은 전통적인 토목 공학 분야와 전기·전자공학 분야를 융합하는 연구인만큼 연구 기간 동안 유지 관리 측면에 로봇과 인공지능을 접목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실험을 거듭했고,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다양한 전공의 동료 연구진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딥러닝 기술 기반의 영상 처리 기술에 관한 고찰을 진행하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심 연구원은 “공동구 내부에는 균열 이외에도 상수도관 누수나 전력선 발열 등 다수의 위험 요소들이 존재한다”며, “이 같은 다양한 위험 요소들까지 다각적으로 관찰하고 점검하기 위해 향후에는 영상 센서는 물론 다양한 종류의 센서와 융합해 더 많은 항목을 자동으로 점검하는 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또한, 재난 발생 시 긴급 대응이 가능한 자동화 기술, 손상 지점을 보수할 수 있는 로봇 기술 등 재난 상황 대응과 인프라 손상 보수 등을 자동화해 보다 효율적인 인프라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는 후속 연구에도 매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