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몇 명씩 건설업 종사자에 대한 ‘건설현장 배치전 건강진단’을 꾸준히 하고 있다. 건설업 배치전 건강진단이란 유해 작업에 배치되기 전에 작업자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업무와 관련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제도이다.
검진을 받으러 오는 대부분의 작업자는 소음과 분진에 노출되기 때문에 미리 관련 검사를 시행하고 의사를 만나게 된다. 소음성 난청을 예방하기 위해 청력검사를 하고 폐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폐기능 검사를 한다.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경우에는 심전도 검사까지 하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진찰실에 들어올 때 의사는 수검자의 얼굴을 보고 문진의 방향을 잡는다. 그러나 “빨리 일하러 가야한다”며 “괜찮으니까 아무것도 물어보지 말아 달라”고 재촉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진지를 빠른 시간에 집중해서 보고 최소한의 상황만 확인하고 보내기 일쑤다. 검사결과를 설명하지 못할 때도 있다.
배치전 검진결과의 법적 통보기간은 한 달 이내 이다. 검진결과서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수검자는 다른 현장에 가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건설업 배치전 건강진단 결과는 본인이 수령가능한 집주소를 받아서 발송한다.
물론 병원 진료가 필요한 경우는 직접 본인과 통화해 설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예를 들면 흉부방사선 촬영에서 폐암 의심 소견이 나오면 바로 연락해서 신속하게 정밀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건설업의 여러 분진 중에는 결정형 실리카나 용접흄의 성분 등 폐암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 있고, 현장 작업자들은 바빠서 검진결과를 읽어볼 시간도 없는 경우가 많아 특별히 신경을 써서 사후관리를 한다. 이렇게 해서 확인된 폐암 환자도 있다.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는 분은 배치전 건강진단을 여러 번 받아서 피로감이 있는 분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폐기능 검사나 청력검사를 몇 번이나 받아 봤냐고 물으면 수도 없이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준수되는 비교적 큰 규모의 건설현장에서는 현장에 들어갈 때 마다 이 검진을 받도록 하기 때문이다.
건설 현장에서 노출되는 다양한 종류의 분진은 일부는 폐암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발암물질이 아니더라도 장기간 노출 시 만성 폐쇄성 폐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이것은 65세 남성 가운데 2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폐질환으로 기침, 가래, 운동 시 호흡곤란 등의 양상을 보인다. 만성기관지염, 폐기종은 원인, 증상 및 치료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통칭해서 '만성폐쇄성폐질환'이라고 부른다.
이 질환은 서서히 폐에 영향을 미쳐 은퇴를 하고 나서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고 이미 질환이 발생하면 돌이킬 수는 없다. 증상완화를 위한 약물치료를 할 수 있을 뿐이다. 가장 확실한 예방은 먼지노출을 피하고 금연하는 것이다.
폐기능 감소의 초기 소견은 보통 하루 한 갑, 25년간 흡연을 하면 발생하기 시작한다. 건설현장 작업자 가운데 분진노출자에게 금연은 중요한 문제이다.
건설업 배치 전 건강진단을 할 때 마다 생각해본다. 이 건강진단은 현장작업자의 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첫째,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근로자건강진단 제도는 최소한 유해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등록하는 효과가 있다. 둘째, 자신이 어떤 유해인자에 노출되는지, 건강영향은 무엇인지,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 지에 대한 기본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셋째, 검사결과 이상소견은 초기에 발견하면 악화를 방지할 수 있다. 넷째, 정기적인 검진과정에서 제공되는 건강정보를 통해 수검자의 인식이 향상돼 작업습관이나 생활습관이 개선되는 경우도 있다.
건설업 배치전 건강진단은 현장 작업자 건강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점에서, ‘내실 있는 건강진단’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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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교수는 지난 2014년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개설과 함께 초대 과장으로 임명됐으며 2015년 대한산업보건협회 혜산산업보건학술상을 받았다.
2016년 스마트폰 부품공장에서 일하던 4명의 근로자가 집단으로 메탄올 노출로 실명 위기에 처한 사건과 관련, 직업병 여부를 빠르게 판단하고 적극적인 조치로 추가 피해를 막는 데 기여한 공로로 ‘산업보건인상’을 받기도 했다.
김 교수는 한양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직업환경의학과 박사 과정을 마치고 단국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과장, 서울 근로자건강센터 부센터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