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터널 지보재가 핵종 이동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규명함으로써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스템의 장기 안전성과 방벽의 다중성을 높일 수 있는 연구가 국내 최초로 진행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연구는 숏크리트 강도는 물론 수리전도도와 핵종 저감성능을 함께 고려할 수 있어 처분장에 적합한 재료와 배합을 선정하는 과학적 기준 마련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합성섬유 사용량이나 강섬유 배합을 적절히 조정, 구조적 성능을 유지하는 동시에 핵종 이동을 줄이는 성능 기반 설계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숏크리트 강도 핵종 저감성능 ‘고려’ 처분장 적합 재료 배합 선정기준 마련 기대
합성섬유 사용량 강섬유 배합 ‘조정’ 구조적 성능 유지 등 핵종 이동 설계에‘한몫’
현재 국내에서 원전 가동에 따라 발생하는 사용 후 핵연료는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에 보관되고 있지만, 누적 적재량 증가로 저장시설의 포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실제로 한빛 원전은 2030년, 고리 원전은 2031년, 한울 원전은 2032년을 전후로 저장용량이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중간 저장시설 및 영구 처분시설의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024년 태백 지하연구시설(URL) 건설을 확정하고, 오는 2030년 부분 운영을 시작으로 2032년부터 완전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또한, 지난 2025년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통과를 기점으로 제도적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국내 지질 환경에 적합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심층 처분 기술에 대한 장기 검증 및 실증 연구가 충분히 축적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최근 특별법 제정을 통해 제도적 틀은 마련되고 있지만, 그 이전까지는 관리 주체 및 책임 범위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정책적·기술적 공백이 존재하고 있는 점도 현안으로 남아 있다.
특히,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심층 처분장 시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 요인과 잠재적 문제점을 사전에 평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가 거의 수행되지 않은 실정으로, 심층 처분장 건설을 위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시공 기준도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터널 지보재의 수리전도도 및 핵종 유출 특성을 실험과 수치해석으로 규명해 핵종 유출 저감형 처분터널 지보재의 설계 방향을 제시하고, 처분장 건설의 안정성 확보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연구내용
이 연구는 주로 처분용기, 완충재, 뒤채움재 및 암반과 같은 공학적·자연적 방벽에 집중돼 왔던 기존 연구와 달리 실제 처분터널 시공에 사용되는 숏크리트와 그라우트 등 지보재에 관한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심층처분장에서 터널 지보재로 사용되는 숏크리트의 역학적 성능, 수리학적 거동 및 방사성핵종 흡착 특성 평가 연구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일축압축강도시험, 수리전도도 측정, 배치 흡착시험으로부터 산정된 분배계수와 세슘(Cs) 및 스트론튬(Sr)을 이용한 투수 기반 흡착시험을 종합적으로 수행, 숏크리트가 방사성핵종의 이동을 저감하는 보조 방벽으로서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평가 결과, 모든 숏크리트 배합은 36MPa 이상의 일축압축강도를 보여 처분터널 지보재로서 요구되는 역학적 성능을 만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섬유 첨가는 최대 강도 자체보다는 균열 발생과 최대 강도 이후의 거동에 주로 영향을 미쳤고, 강섬유가 합성섬유보다 압축강도 향상에 더욱 효과적으로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강도 숏크리트에서 나타난 강도 편차는 첨가재 영향은 물론 건조밀도의 차이에도 기인하는 것을 확인했다.
배치 흡착시험 결과에서는 핵종에 따라 뚜렷하게 다른 흡착 거동을 확인했다. Cs 흡착은 일반강도 숏크리트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합성섬유의 첨가와 고강도 숏크리트용 혼화재의 사용에 의해 크게 감소했다.
반면, Sr의 흡착은 이러한 첨가재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리전도도는 섬유의 종류와 함량에 크게 영향을 받았으며, 합성섬유는 우선 흐름 경로를 형성하며 강섬유보다 투수성을 더 크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배합조건에 따라 숏크리트의 수리전도도는 뒤채움재와 유사하거나 더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숏크리트가 우선적인 지하수 흐름 경로를 형성할 가능성과 동시에 숏크리트 두께에 걸쳐 방사성핵종의 이동을 지연시킬 가능성을 모두 갖고 있다는 의미다.
투수 기반 흡착시험 결과에서는 흐름 조건에서의 방사성핵종 저감 거동은 배치 흡착시험에서 산정된 분배계수(Kd)와 직접적으로 일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차이는 분말 시료와 온전한 시료의 차이, 정적 접촉과 이류에 의한 동적 접촉의 차이, 체류시간, 용액 부피 및 발생 가능한 우선 흐름 경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살펴보면, 숏크리트의 방사성핵종 저감 성능이 역학적, 수리학적 및 화학적 과정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분장 설계 관점에서는 합성섬유의 함량을 최소화하고 강섬유의 첨가량을 최적화함으로써 구조적 성능을 저하시키지 않으면서 방사성핵종의 이동 지연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연구에서 제안한 ‘η 기반 평가 방법’은 배치 흡착시험 및 흐름 조건에서의 흡착시험 결과를 해석하는 실용적인 도구로 활용할 수 있으며, 숏크리트를 사용하는 처분터널 및 기타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의 성능 기반 설계와 안전성 평가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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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분터널 지보재, ‘핵종 이동 지연’ 방벽 활용 가능성 평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기준 수석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처분터널 지보재를 단순한 구조적 보강재에서 벗어나 핵종의 이동을 지연시킬 수 있는 보조 방벽으로써의 활용 가능성을 평가하는 연구”라고 소개했다.
이어 “특히, 처분터널의 안전성을 높이고, 향후 국내 처분장 건설기준과 지보재 성능기준 마련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는 연구로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현재 진행 중인 2차년도 연구에서 1차년도 실험 결과를 입력 값으로 활용해 지보재 두께와 유압 및 실제 처분장 규모에 따른 핵종 이동을 분석할 수 있는 수치해석 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박사는 “향후 지보재의 두께와 유압을 각각 변화시킨 조건에서 핵종 이동 및 유출 특성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실제 처분터널 규모로 확장한 수치해석 결과를 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또한, 실험 결과와 수치해석 결과를 종합해 핵종 이동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숏크리트 두께와 재료 구성 및 섬유 사용 조건 등 처분터널 지보재의 설계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하환경서 실증 등 방사성폐기물시설 시멘트계 지보재 설계 확대 적용 추진
이번 연구 성과는 향후 지하연구시설과 실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터널에서 숏크리트와 그라우트의 재료 선정, 배합 설계, 지보재 두께 결정 및 시공 품질관리 기준 마련에 활용될 전망이다.
이 박사는 “또한, 수치해석 모델은 처분장별 지질조건과 지하수압을 반영해 지보재를 통한 핵종 이동 가능성을 사전에 평가하고, 설계안을 비교·최적화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실험 및 해석 데이터는 처분장 건설기준, 성능평가 지침, 안전성 평가 및 인허가 자료의 과학적 근거로도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향후에는 태백 지하연구시설 등 실제 지하환경을 활용한 현장 실증연구로 확대하고, 관련 연구기관과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해 후속 연구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또한, 중간저장시설이나 장기저장시설 등 다른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의 시멘트계 지보재 설계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